[몿지니의 꾸러미] ‘춤과 바라봄’ 편
‘몿지니의 꾸러미’는 매월 하나의 주제로 <몿진>을 기획하고 글감을 구성하면서, 몿지니들이 영감을 받았던 재료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18호는 ‘춤과 바라봄’을 테마로 보코가 채집한 꾸러미를 풀어봅니다. 한 해 동안 <몿진>을 만들며 자주 들여다본 웹진 목록을 모아봤습니다. 다른 시공간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기록하고 엮어서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는 이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들이 정성스레 다듬어 놓은 공간에는 누군가 바라봐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군데군데 묻어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따라 잠시 길을 잃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춤:in(CHOOM:IN) & 춤웹진(Dance Webzine)
먼저, 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진 두 곳을 소개한다. ‘춤:in’은 서울문화재단 산하의 서울무용센터에서, ‘춤웹진’은 한국춤비평가협회에서 발행하고 있는 춤 웹진이다. ‘춤:in’은 <몿진> 12호 ‘춤과 경계’ 편의 꾸러미에서 소개한 적도 있는데 매월 15일 발행되며 ‘춤과 문학’, ‘춤과 과학’, ‘춤과 건축’, ‘춤과 액트-션’ 등 춤과 다양한 영역을 꾸준히 연결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요즘 ‘춤과 액트-션’ 코너에는 인도네시아 국립공원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한 야생 영장류학자의 수필이 연재 중인데 행동학적 관점으로 몸과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몹시 흥미롭다. ‘춤웹진’은 좌담, 학술연구, 시평 등 무용계 전반의 현상과 정보를 소개하는데 매월 1일 발행된다. 두 곳 모두 무용 현장의 이슈, 공연 소식 등 최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웹진 젠더·어펙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참고 도서를 검색하고 리뷰를 읽다가 타고 타고 흘러가서 정신을 차려 보니 젠더와 어펙트가 나란히 서 있는 사이트를 만났다. 리뷰 공모전과 온라인 콜로키움을 진행했던 모양인데 독자의 서평과 정희진, 손희정, 권김현영 등 굵직한 작가들이 직접 서평에 대해 작성해 둔 비평 역시 나란히 업로드되어 있다. 요즘 한겨레의 ‘김비의 달려라, 오십호’라는 연재를 통해 팬심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는 김비 소설가의 ‘강철과 이슬의 집’이라는 소설도 연재 중이다. ‘연결’과 ‘의존’이라는 화두로 사회·문화적 의제를 발굴하는 매체라는데 웹진 소개말의 한 문장이 오래도록 눈길을 잡는다. ‘앎의 언어 대신 온몸의 실감이 담긴 앓음의 (비)언어들과 뒤얽혀 함께 앓고자 합니다.’
일상비평 웹진 쪽
웹진 쪽의 ‘쪽’은 페이지, 조각, 얼굴, 입맞춤, 방향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페미니스트 정치, 세계 여성 시인, 퀴어, 그림 그리는 여자, 생존기, 그림책 일기, 만화 비평, 페미니즘 이론 번역, 탈 연애, AI의 글쓰기 등 다루는 영역과 주제, 방식 모두 다채롭고 폭넓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쪽’으로 혹은 우리가 가야 하는 ‘쪽’으로 ‘쪽쪽’ 다정하고도 거친 소리를 내며 읽는 이를 끌어당긴다. 이미 연재가 종료되어 출판되었거나 출판 예정인 코너를 보면서 웹진이라는 그릇에 담긴 한결같은 기록의 힘을 가만히 확인해본다. 애정하는 희음 시인의 다양한 코너들과 김경진 작가의 ‘온전히 생존기’를 열심히 챙겨 읽고 있는데 사심을 담아 몿진에서도 응원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기록하는 힘, 기록하는 우리네 손가락 화이팅!
웹진 비유
문학 웹진이다. 비유는 ‘비상시 유리 깨는 방법’이기도 하고 ‘비밀을 유지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비’와 ‘유’ 사이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온갖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웹진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카테고리들이 세로로 누워있다. 나도 모르게 갸우뚱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어 제목을 읽어본다. 요 밑 콩, 이거 나 아냐, P!ing, 171小說, @say… 제목만 봐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고개만 아프다. 호기심에 이것저것 클릭해 보는데 진지한 작은 규모의 모임들이 진지하고 작게 무언가를 도모한 흔적이 보인다. 사람들의 일기를 모아 소설로 창작하는 팀, 작가가 글쓰기를 통해 매달 충당 가능한 금액으로 예상되는 10만 원으로 작업실을 직접 구해보는 ‘자기만의 방’ 프로젝트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시도들이 기록되어 있다. 문학이, 기록이, 삶이, 놀이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고개를 왼쪽으로 갸우뚱 돌리며 해보게 된다.
월간 두유요거트 통신
편집장 진리(작은)는 두유로 요거트를 만들고 삶으로 글을 쓴다. 2018년 11월부터 매월 꾸준히 월간 두유오거트 통신이라는 매거진을 발행해왔다. 짧은 소설도 있고 여행지의 풍경도 있고 진리의 이웃과 친구들이 포착한 일상의 단면도 있다. 20호를 클릭하면 읽어 달라는 당부의 말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어 있다. ‘편집장의 영혼과 자본을 탈탈 털어 만드는 양질의 무료배포 콘텐츠 … (눈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12월을 마지막으로 폐간을 알리는 소식이 들려왔다. 자기 자리에서 모인 물음을 꾸준히 기록하고 탈곡해서 누군가에게 전하는 창작자가 대단하고 반갑고 그랬는데… 아쉽지만 언젠가 다른 시공간에서 복간할지도 혹은 탈바꿈될지도 모르는 소식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역대 최저 조회 수를 기록하며 편집장을 절망시켰다던 21호와 역대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며 편집장의 자존감을 높였다던 7호를 소개한다.